2011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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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여인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Fernliebe

저 자 : Ulich Beck & Elisabeth Beck-Gernsheim
출판사 : Suhrkamp Verlag

글로벌 시대의 삶의 방식 또는 혼란스러운 인간관계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간 아이와 엄마는 한국에 혼자 남겨진 기러기 아빠와 스카이프로 저녁마다 화상통화를 한다. 14시간의 비행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최첨단 통신기술 덕분에 그리워하는 가족과 매일같이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호주 국적의 부인과 스위스에서 살고 있는 남편은 비싼 전화요금과 여행경비 지출에 불만이 많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가로 놓인 거리가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임으로 고통 받던 영국인 부부는 인도 출신의 대리모를 통해 간절히 소망하던 아이를 갖게 된다. 이처럼 세계화의 물결은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도 깊숙히 침투해 있다. 국제 결혼을 한 부부, 이민 노동자, 기러기 가족, 대리모, 그리고 스카이프에 의존한 장거리 연애 커플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사랑 또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들의 모습은 다분화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도 세계화 시대를 특징짓는 중요 키워드 중 하나가 국경을 넘나드는 장거리 연애와 기러기 가족이라는 것을 확신한 듯 하다. 올해 5월 이 회사는 창립 이래로 가장 높은 투자금액인 85억 달러(원화로 약 10조 원)를 들여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사인 스카이프를 인수했다. 스카이프는 인터넷 상에서 회원들끼리 무료로 음성 전화 및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전세계의 원거리 커플들과 기러기 가족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 받고 있다. 스카이프는 가입 회원 6억6천만 명, 네트워크 접속자수 1억 7천만 명, 매일 60만 명 신규가입, 2010년에 2천억 분이 넘는 음성/영상 통화량, 동시접속자수 3천 만 명이라는 화려한 실적 통계치를 자랑한다. 이 초우량 회사가 글로벌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세계화가 가져온 진풍경 중 하나는 말 그대로 어딜 가도 전 세계의 사람들과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국가 간, 대륙 간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서로 경제적,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장이 확대되면서 유학, 취업, 이민 등의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 나가거나 거주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주변에서 국적을 초월한 연애를 하는 커플들과 국제결혼을 한 부부, 다문화 가정 등을 점점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가족이나 연인이 각기 다른 나라나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일도 빈번해졌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부부인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이 공동으로 쓴 이 책은 글로벌화가 가져온 독특한 부산물인 장거리 연애와 기러기 가족들에 대해서 다룬다. 이 책은 글로벌 사회에서 생겨난 온갖 형태의 원거리 관계들에 대해 분석하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겨났음에 주목한다.

기존에 우리들의 관념 속에 가족이란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며 특별한 의례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형태는 대가족, 부부만으로 이루어진 2인 가족부터,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한 부모 가정, 동성 가족 등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적어도 가족이라고 하면 왠지 같은 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같은 국적의 여권을 갖고 있고, 문화적 공통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국가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요즘 시대에는 가족의 기본전제 조건이 되었던 거주 지역이나 문화적 공통분모들은 절대성을 잃게 되었다. 이제 같은 지역에서 살지 않고, 같은 국적, 모국어를 갖지 않아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례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가족의 해체라고 일면적으로 접근하는 대신 가족의 형태가 재구성되고 있음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다른 국가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함께 가족으로 묶여 있는 형태를 “세계 가족(Weltfamilie)“이라고 명명한다.

이와 나란히 이 책은 한때 가정 내 여성의 몫이었던 모성애, 육아, 가사, 노인들의 공양 등이 서구 사회에서 점점 제3자나 외부기관에 아웃소싱 되는 경향이 있음에 주목한다. 이로써 서구화된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 간의 가사 분담이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서양의 많은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노동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것은 필리핀이나 인도 출신의 여성들이다. 성평등이 이루어진 사회에서도 가정 내에서의 노동의 책무가 결국 제3세계의 여성에게 돌아간다 사실은 역설과도 같다.

글로벌화가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국가에 더 큰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여전히 제3세계의 빈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화의 물결은 개인의 삶에서도 음영이 갈리게 만들었다. 제 2, 3 세계의 젊은 인력들이 아이들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홀로 유럽으로 건너가서 노동을 하지만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 장기 매매와 대리모를 얻기 위해 원정 관광을 떠나는 모습은 네트워크화 된 세계에서의 승자와 패자 사이에 가로놓인 극명한 경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즉, 부유한 국가의 부유한 사람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한 장기와 입양아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지만, 빈민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은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몸뚱이뿐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계화의 물결이 인간 관계에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물론 혼란스러운 결과물들을 다각도로 분석해낸다. 가정과 사랑이 개인의 삶에서 가진 원초적인 의미와 세계화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변모 과정을 차분히 짚어내고 여러 현상들을 하나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해 낸 역작이다.


Vom Glueck sich selbst zu lieben

저 자 : Heinz-Peter Roehr
출판사 : Patmos Verlag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기본 욕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사회적 성공을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성공을 하더라도 마음 속 한 켠이 텅 빈 듯한 공허함을 떨칠 수는 없다. 외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는 결혼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위기를 겪거나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일로 도피하거나 쇼핑의 짜릿함에 빠지기도 하고, 술, 게임, 도박, 마약 등에 중독되기도 한다.

행복이란 무엇이며 오랫동안 지속되는 행복이 있다면 어디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내면 속에 행복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행복이 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우리들이 읽었던 동화에는 그 답이 담겨있다. 독일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 하인츠-페터 뢰어 박사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분석함으로써 내적인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심층 심리학자들은 집단으로 전승되는 동화는 상징적 언어로 인생의 참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동화의 이러한 면에 착안하여 그 속에서 집단 무의식의 원형을 찾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해답도 숨겨져 있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분석하는 동화 <악마의 황금 머리카락 세올>은 어린 시절 그림 동화 전집을 읽었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했을 친숙한 이야기이다. 인생에 대한 비유화와도 같은 이 동화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행복의 본질적인 요소를 드러낸다. 이 작품에는 행복의 씨앗을 잘 지켜나가고 결국 행복에 도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뢰어 박사의 풀이를 읽다 보면 주인공이 단순히 행운을 타고 났거나 운이 좋았다기 보다는 행복에 이르는 삶의 태도를 내면화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타난다.

동화에 대한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소년의 행운의 껍질이나, 부모들, 왕, 도적들, 악마와 악마의 할머니, 포도주가 샘솟는 분수 등은 단순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치나 주변 인물들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서 매 순간 만날 수 있는 환경, 기회, 위기, 억압된 무의식 등에 대한 상징으로 읽히게 된다.

가령 소년의 행운의 껍질은 잉태의 순간부터 모든 생명체를 지켜주는 양막과도 같은 존재이다. 모태에서 그 껍질은 아이를 감싸주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외부로부터 보호해준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아는 일체감을 가지며 최초의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껍질은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내면의 자아, 소위 “내면의 아이”를 지켜주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전폭적이며 무조건적인 사랑과 부모와의 애착관계 역시 “행복의 껍질”과 같은 존재이다. 그것은 아이가 한 인격체로 자라나면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마치 달걀의 노른자처럼 평생 내면에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년의 운명에 훼방을 놓으려고 하는 왕은 외부세계의 현실원칙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지배, 권력, 힘, 권위자, 지위 등으로 대변되는 왕은 자신의 원칙과 지배 하에 소년의 운명을 귀속시키려고 한다. 왕은 내면의 자아, 충동, 창의성을 비롯한 내면의 깊은 감정들을 억압하는 “지배자-나”의 상징으로서 성공, 부, 권력, 사회적 인정 등 외적인 성취를 향해 나아가도록 채찍질한다. 행복해지려면 “내면의 행복한 아이”와 만나야 하지만, 왕은 독점적인 지배권을 상실하는 것을 죽는 만큼 두려워하며, 진정한 행복이 다른 원천에서 나온 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왕은 행복의 껍질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죽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동화 분석을 통해 이 책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결핍과 불안, 내적인 장벽이 우리 내면의 성장을 방해하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행복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행복의 아이처럼 누구나 순수한 내적인 행복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갖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다만 거기로 가는 길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 행복감으로 충만했던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천진난만한 그 시절에는 사소한 일로 한껏 기뻐하며 웃을 수 있었으며, 장난감 선물을 받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한없이 행복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 또는 성인이 되면서 외부 세계의 규율과 기대치에 맞춰서 살다가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서 좌절하거나 경쟁에 치이거나 낙오하면서 내면의 상처를 입게 된다. 성공을 하더라도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하면서 계속해서 타인의 기대치에 부합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외적인 성취를 향해 달려가기에 결국 내적 공허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내적 행복을 찾으려면 어린 시절 충만했던 행복의 씨앗을 다시 찾아 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실패했더라도, 내면에 있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인식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자아인식을 주입해주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삶의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내면의 아이”의 상처가 치유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온화한 힘을 가진 두려움 없는 존재,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림 동화라는 달콤한 당의를 입고 있기에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은 융 학파의 정신 분석과 테라피이다. 그리하여 이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마치 원숙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심리 상담가에게 상담테라피를 받은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인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독일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독일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서강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독일 책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읽는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출판저작권 에이전트가 되었다. 현재 밀크우드 에이전시의 공동 대표로 있으며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독일어권 책과 영미권 책을 발굴하여 국내 출판사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번역에도 큰 열정을 갖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헨드리크 요나스의『보물찾기 대모험』과『잊을 수 없는 기억 BASELITZ: RUSSENBILDER』(공역)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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