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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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여인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Warum Liebe weh tut

저 자 : Eva Illouz
출판사 : Suhrkamp Verlag

시대를 초월해서 유행하는 노래와 소설의 주제는 언제나 사랑의 기쁨과 고통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이고 파괴적인 사랑과 보바리 부인의 비극적 운명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선시대 최초의 본격적인 연애소설 <춘향전>은 잊혀질 만 하면 새롭게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어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 만큼 사랑의 기쁨과 고통을 다룬 고전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사랑에는 왜 그림자처럼 고통이 따라다니는 것일까? 먼 옛날의 고통스러운 사랑과 오늘날의 그것 사이에는 얼마만큼 큰 차이가 있을까? 현대인들의 감성세계에 대한 사회학적인 분석으로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책에서 현대인들이 겪는 사랑의 아픔에 대해서 분석해낸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면, 사랑 그 자체가 고통이라기 보다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상우의 대사는 엄밀히 따지면 변심한 애인 때문에 사랑을 잃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불변하고 완벽하다고 믿었던 사랑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데 따른 절규인 것이다.

흔히 연인들은 둘 사이의 사랑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체험이라고 여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감에 들뜨며, 사랑이 외부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영원불변의 어떤 것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랑이란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변화하는 거대한 사회라는 틀 속에 있는 구성물일 뿐이며, 사랑 또한 그 시대의 문화, 기술의 발달,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에 따라 사랑의 패턴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같은 문화권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사랑의 모습도 비슷비슷하다. 사랑에 대해 개개인들이 갖는 기대감 역시 시대적 조류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동시대에 같은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에게선 동일한 패턴의 사랑의 고통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사회적 문화적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사랑의 고통의 양상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근간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 자본주의의 시스템이다. 이 시장의 법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은연중에 우리들은 마치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치르듯 애인과 배우자도 교환가치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긴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기 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여 능력과 조건이 맞는 파트너를 선택하려고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타인과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렵게 느끼게 되고 상대방 앞에서 점점 더 불안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사랑을 기피하거나 연애에 대한 욕망이 줄어드는 추세가 생겨나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이는 현대인들의 사랑에 걸림돌로 작용하여 감정에 생채기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결혼시장에서는 소비문화의 맥락에서 섹시함이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낭만적인 관계가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오늘날에는 그 위치를 성적인 요소가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에는 성적 매력이 파트너를 찾을 때 고려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었고, 연애와 결혼에 성공하는데 있어서 갖추어야 할 전략적인 조건이 되었다. 그리하여 경쟁이 치열해진 결혼 시장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외모를 가꾸거나 성형을 감행하는 풍조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연애와 결혼의 패턴에서 오늘날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결혼 시장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역할이 켜진 것이다. 독일의 경우, 약 천 만 명의 독신 남녀들 중에서 30% 이상이 인터넷에서 애인이나 배우자 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온라인 데이트 주선 사이트에 가입하고, 체크 리스트에 상대가 갖추었으면 바라는 조건에 대해서 표시를 한다. 하지만 미팅에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 기대에 차지 않기 때문에 돌아오는 것은 당혹감과 허탈감뿐이다. 개개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배우자상의 자질과 성향은 보다 구체화되고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그 이상형에 딱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확률이 매우 낮을뿐더러, 실제로 그런 사람인줄 알고 만났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드는 실망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현대인들이 실연의 고통을 겪을 때도 과거와 달라진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 심리학의 보급으로 인해 끈임 없이 자기 내면을 분석하는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개인의 자존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사랑에 실패할 경우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자책감에 시달리거나 자기비하를 하는 경향이 크다.

6장에 걸쳐 이 책은 오늘날의 사랑의 달라진 풍속도를 그려내며 그 원인을 사회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낸다. 『사랑은 왜 아픈가?(Warum Liebe weh tut)』라는 간단하고 명료한 제목의 이 책은 실연의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의 말이나 성공적인 연애를 할 수 있는 지침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내밀한 체험이라고 여겼던 사랑이 결국 어떻게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체험되고 고통으로 다가오는 지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통찰을 줄 것이다.

저자 에바 일루즈는 1961년 모로코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감정 자본주의>, <낭만적 유토피아의 소비: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과 사랑>, <자본주의 문화>,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등이 있다.


Das Paradies
Meine Jugend nach der Mauer


저 자 : Andrea Hanna Hünniger
출판사 : Klett-Cotta Verlag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도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체제가 붕괴된 이후에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했었던 구동독인들의 삶은 최근의 독일 문학작품들에서 중요한 주제로 활발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독일 문학사에서는 독일 통일이 있었던 1989년을 하나의 분기점으로 보고 이 모티브를 다룬 작품들을 전환기 문학(Wendeliteratur)이라고 부른다. 올해 독일 문단에서는 통일 이후의 삶을 형상화한 책들의 유난히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설 부문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전하고 있는 오이겐 루게의 『사그라드는 빛의 시대에서』는 2011년 가을 독일 서적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구동독의 최후와 시대의 유물을 다룬 다른 본선 진출 세 작품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파라다이스- 베를린 장벽 이후의 나의 어린 시절』은 90년대의 어린 시절을 동독에서 보낸 지난날을 회고하는 자전적 이야기이다. 1989년 당시 5살이었던 이 책의 저자 안드레아는 독일에서 사회주의를 경험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동독에 대한 기억을 부모님을 통해서 들어서 알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녀의 세대는 백지장과도 같은 감수성으로 새로운 체제, 이념, 문화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면 되었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달랐다. 그들에게 통일은 마치 두 발을 내딛고 서 있던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정신적 충격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 지역의 광장들은 폐쇄되고 마치 땅에서 샘솟듯 새로운 슈퍼마켓들이 여기저기서 세워지기 시작했다. 안드레아의 가족들은 동독시절 콘크리트로 지은 집단 주택, ‘플라텐바우‘에서 계속 살아가면서 이웃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록 동독을 상징하는 소품들을 없애버리는지 지켜보았다. 풍경 속 모든 것이 급격히 변화해가는 와중에 플라텐바우만이 동독이 존재했던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로 남아있는 듯 했다.

안드레아의 부모님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학자였던 두분 모두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것이었다. 박사인 아버지는 볼거리와 폐렴을 차례로 앓고 난 후에 우울증에 빠져 소파에서 자리를 뜨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는 재취업을 위해 엑셀과 워드 강좌를 받았다. 집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드레아는 구동독에서 성장기를 보낸 현재 24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들 대다수가 우울감과 패배감에 움츠러들고 말수가 없어진 부모들과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침이면 술에 만취한 채로 계단에 널부러져 있는 이웃을 발견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동독 지역에서의 알콜 소비량은 급증하고, 청소년들의 음주 및 흡연율도 증가하였다. 철로에 누워 뮌헨 행 급행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지인의 후일담은 안드레아가 그려내는 90년대 어른들과 청소년들의 우울한 초상화들에 정점을 찍는다. 그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한가지 있다면 장벽의 붕괴 이후의 시간들은 슬픔과 침묵의 체험이었다는 것이다.”라고 회상한다.

이쯤 되면 ‘파라다이스’라는 이 책의 제목은 다분히 반어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파라다이스’는 다름 아닌 안드레아와 친구들이 어린 시절 플라텐바우 촌에 있던 작은 정원에 붙인 이름이다. 그곳은 안드레아가 청소년 기에 처음으로 담배를 피운 장소이기도 하며 마약에 손을 댔던 탈선과 방황의 장소이기도 하다. ‘냉전시대와 분단의 종식’, ‘새로운 역사의 장’을 비롯해서 통일을 수식하는 화려하고 장엄한 문구들은 안드레아의 눈에는 그저 타인들의 잔치로 비추어졌다. 오히려 1989년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그녀에게는 새로운 하나의 장벽이 세워진 듯 했다. 자신과 부모님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 그녀의 세대와 부모님 세대에 가로 놓인 높은 벽 말이다. 그녀는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지 못했다. 부모님 생신이면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비싼 물건은 당연히 받으려 하시지 않았다.”라고 술회하며 세대간의 간극에 대해 설명한다.

마치 소설에서 다채롭게 시점을 전환하는 것처럼 이 자서전에서는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그리고 또 성인의 시선에서 그녀가 겪었던 통일이란 무엇이었는지를 들려준다. 통일의 과정과 갑작스러운 체제붕괴와 구동독의 몰락, 그리고 모두가 염원했던 통일에 익숙해 져가는 모습을 어린 시절 일상의 속의 기억을 통해 풀어 놓는 이 책은 그래서 그만큼 신선하고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저자 안드레아 하나 휘니거는 1984년 당시 동독이었던 바이마르에서 태어났으며 그곳의 플라텐바우 촌에서 성장했다. 현재 그녀는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다.

 

[필자 소개]
여인혜

독일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독일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서강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독일 책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읽는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출판저작권 에이전트가 되었다. 현재 밀크우드 에이전시의 공동 대표로 있으며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독일어권 책과 영미권 책을 발굴하여 국내 출판사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번역에도 큰 열정을 갖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헨드리크 요나스의『보물찾기 대모험』과『잊을 수 없는 기억 BASELITZ: RUSSENBILDER』(공역)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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